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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기고 / NA:NNAL STORIES

북한은 달라졌는데, 2015년에 머무는 '확성기 재개론'

지뢰 사건 뒤 나온 대북 확성기 재개 요구를 2015년의 협상 조건과 비교하고, 달라진 북한과 접경 주민의 피해를 함께 따집니다.

군은 지난 5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의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9월 21일 발생한 폭발로 장병 2명이 중상을, 1명이 경상을 입었다. 군은 폭발 원인을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 이남에 매설한 지뢰로 최종 판단하고 지뢰 제거 작전의 실시 사실을 공개했다. 다만 2015년 목함지뢰 사건 때처럼 곧바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지는 않았다.

재개론에서 반복되는 선례는 2015년이다.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는 지난 9월 29일 목함지뢰 사건 당시의 대응을 거론하며 "정부는 철거했던 대북 확성기부터 즉시 재설치하고 대북 방송을 재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날 안철수 의원도 페북 글에도 "그 결과 남북 고위급 접촉이 열렸고 북한의 유감 표명도 이끌어냈다"는 주장이 담겼다. 과거에 북한을 움직인 수단을 다시 사용하자는 논리다.

필자는 이 논의가 북한의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본다. 북한은 남한과의 관계를 끊고 접경지역을 국경으로 바꾸고 있다. 남북관계의 복원과 교류를 놓고 협상하던 2015년과는 다른 조건이다. 같은 수단을 사용해도 상대가 반응하고 양보할 유인은 달라질 수 있다. 지금의 대응 논의는 기존 수단이 예전처럼 작동할 것이라는 전제부터 다시 따져야 한다.

실효성은 국방당국도 검토하고 있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지난 9월 2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대북 확성기를 설치할 수 있다고 답하면서도 "이게 과연 이제도 통할까"라며 실효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은 지난해 8월 고정식 확성기 20여 대를 철거해 담당 부대에 보관했다. 현재 거론되는 고정식 방송의 재개에는 장비 재설치도 필요하다. 재설치가 가능하다는 것과 그 방송이 목적한 효과를 낸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2015년의 경과도 방송 재개와 북한의 유감 표명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우리 군은 8월 10일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같은 달 20일 북한의 포격 도발과 우리 군의 대응사격이 있었고, 북한은 21일부터 전선지대에 준전시상태를 적용했다. 22일 시작된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은 25일 새벽 합의로 이어졌다. 방송은 재개 15일 만인 25일 정오 중단됐다. 당시의 효과를 평가하려면 그 사이의 군사적 충돌과 협상 과정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확성기 중단이 당시 협상 조건으로 기능했다는 사실은 공동보도문으로 확인된다. 북한의 유감 표명과 남측의 방송 중단이 합의에 담겼다. 여기에 준전시상태 해제, 당국회담 개최, 이산가족 상봉, 민간교류 활성화가 함께 들어갔다. 개성공단은 가동 중이었고 군 통신선과 판문점 소통 채널도 작동했다. 확성기 중단은 유감 표명, 긴장 완화, 관계 개선 조치가 함께 담긴 협상의 일부였다.

북한은 2023년 말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했고, 2024년부터 지뢰 매설과 철책·방벽 설치, 전술도로 보강을 통해 군사분계선 일대를 국경으로 바꾸고 있다. 남한과의 단절을 시설과 군사 배치로 고착시키는 작업이다. 다만 북한이 남한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지 않더라도 외부 정보 유입을 막기 위해 방송 중단 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있다.

접경지의 청취 대상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RFA는 2024년 10월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남한의 전단·방송·TV에 노출되는 개성 등지 주민들을 북부로 이주시키는 방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실제 집행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주가 확대된다면 민간 청취 대상은 줄어든다. 북한군은 계속 중요한 청취 대상이다.

북한군에 외부 정보를 전달하는 효과와, 지뢰 사건의 책임을 인정하게 하거나 이후 행동을 바꾸게 하는 효과는 구분해야 한다. 북한이 방송을 불편해하더라도 중단을 위해 양보하는 대신 정보 차단을 강화하거나 맞대응에 나설 수 있다. 재개론은 2015년의 유감 표명을 근거로 지금도 정치적 양보를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한다. 그 기대가 성립하려면 달라진 북한이 방송 중단을 위해 무엇을 양보할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반면 우리 접경지 주민들이 부담했던 비용은 구체적이다. 정 원내대표가 재개를 요구한 지난 9월 29일, 같은 당 배준영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재개에 반대했다. 인천 중구·강화군·옹진군을 지역구로 둔 배 의원은 2024년 7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북한의 대남 소음방송으로 강화에서만 3536명이 피해를 봤고, 지역에 따라 최대 320일간 소음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강원·경기·인천 10개 시·군 단체장이 참여하는 협의회도 주민 안전과 재산권,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을 이유로 반대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전에도 같은 요구가 있었다. 국민의힘 소속 박용철 강화군수는 지난해 4월 8일 배 의원이 주선한 국방부 관계자와의 간담회에서 대북방송 중단을 요청했다. 주민 300세대가 2월 강화군에 제출한 탄원서도 이날 국방부에 전달했다. 박 군수는 국가안보를 위한 희생을 특정 지역에만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보수 정당의 지역 정치인도 방송이 주민에게 주는 부담을 들어 중단을 요구했던 것이다.

주민들이 확성기 문제를 제기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 9월 CBS 인터뷰에서 교동도 인사리 황기환 이장은 북한의 확성기 조준사격 위협으로 주민들이 나흘간 대피했다며 민가에서 떨어진 곳으로 확성기를 옮겨 달라고 요청했다. 2025년 7월 한국일보가 찾아간 당산리에서는 방송이 멈춘 뒤 주민들이 지난 소음 피해를 돌아보며 환청과 불면증을 겪었다고 말했다. 인근 글램핑장은 손님이 줄어 운영을 중단했다. 대피해야 하는 위험과 생활·생업을 계속 흔드는 소음은 주민들이 실제로 감당한 비용이었다.

방송 중단 뒤 피해가 줄어든 경험도 있다. 우리 군은 2025년 6월 11일 오후 2시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했다. 합참은 이튿날 북한의 대남 소음방송이 청취된 지역이 없다고 밝혔다. 한국일보가 같은 해 7월 찾아간 당산리에서는 소음이 멈춘 뒤 주민들이 일상을 회복하고 있었다. 재개로 얻을 정치적 성과를 따질 때, 최근 방송 대치가 우리 주민에게 준 피해는 이미 확인된 비용으로 계산에 넣어야 한다.

확성기 재개 자체로 정치권의 요구가 끝났던 것도 아니다. 2015년 8월 12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확성기 방송 재개한 것 이것이 혹독한 대가의 전부입니까?"라고 물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우선적인 조치라고 답하며 추가 조치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연합뉴스는 여야 의원들이 즉각 대응이나 원점 타격이 없었다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방송 재개 이틀 뒤, 협상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추가 응징을 요구한 것이다. 이런 논의에서는 대응의 성과를 평가하기에 앞서 더 강한 조치를 취했는지가 판단 기준이 되기 쉽다. 수단의 실효성을 검토하거나 수위를 조절하는 판단이 무대응으로 몰리면, 달라진 현실에 맞춰 대응을 고를 여지도 줄어든다.

군이 지난 5일 공개한 지뢰 제거 작전과 관측·정찰·감시 강화, MDL 표지판 식별 방안은 위험을 줄이고 재발을 막는다는 목표에서 평가할 수 있다. 우리 군과 유엔사 사이의 MDL 기준 정비, 북한과의 협의도 같은 목적에서 검토할 일이다. 조치의 성과를 북한이 얼마나 불편해했는지로만 판단하면, 우리 장병과 주민의 안전을 높이는 대응은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

필자는 지금의 북한에 2015년의 확성기를 검증된 처방처럼 제시하는 재개론에 동의하기 어렵다. 북한은 남한과의 관계와 접경 공간을 바꾸고 있고, 우리 주민들은 최근 방송 대치의 피해를 경험했다. 북한의 책임을 묻고 다음 피해를 막으려면 과거의 성공에 의존한 압박 구상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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