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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기고 / NA:NNAL STORIES

김여정의 단절 선언, 남북에는 '차가운 평화'가 필요하다

김여정의 단절 담화와 지뢰 사건을 계기로, 책임 규명과 별개로 남북 간 오인과 충돌을 줄일 구체적인 행동 규칙을 제안합니다.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장이 10월 2일 다시 담화를 발표했다. 9월 30일 공개된 담화에서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에 관한 우리 군의 조사결과를 부인한 데 이어, 이번에는 정부의 사과 요구와 이재명 대통령의 군사적 긴장 완화 발언까지 공격했다. 북한의 '국경선 요새화' 목적은 한국과 "영영 문을 닫아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과 상종하지 않겠다는 북한이 한국의 발표에는 연이어 대응하고 있다. 남측의 책임 추궁과 군사적 대응에 미리 선을 그으려는 것으로 읽힌다. 남측은 이런 상대와 앞으로 어떤 관계를 만들고, 무엇을 위해 대화할 것인가.

첫 담화는 사고가 발생한 서부전선 25사단 지역을 넘어 동부전선 21사단 방향에 대한 군사적 경고를 담았다. 국방정보본부가 유용원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군의 군사분계선(MDL) 침범은 8월 20여 회, 9월 30여 회였으며, 최근에는 21사단 지역에 집중됐다. 2015년 목함지뢰 사건 때 북한은 조사 발표 나흘 뒤에 공개적으로 부인했지만, 이번에는 9월 28일 밤 중간 조사 발표에 30일 아침 담화로 대응했다. 북한은 사건 책임과 접경지역의 반복 대치를 함께 다뤘다. 지뢰의 매설 경위와 의도는 현장의 증거로 규명할 사안이다.

서로 인정하기 어려워진 상황

남측은 장병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우리 군은 현장의 지뢰를 유실보다 매설로 판단했고, 유엔사는 MDL 남쪽에서 발견된 작동 가능한 북한 지뢰를 근거로 정전협정 위반을 판단했다. 언제 매설했는지, 남측 장병을 겨냥했는지는 추가로 규명해야 한다. 북한이 부인해도 확인된 사실은 그대로다.

북한은 자기 군인들이 선을 넘지 않았고 요새화는 정당한 주권 행사라고 주장했다. 양측 모두 상대의 설명을 받아들이려면 자기 군의 판단과 행동을 다시 설명해야 하는 처지다. 특히 북한에는 지뢰 사건의 책임에 더해 공사의 정당성까지 걸려 있다. 공개적으로 단정한 말을 거듭할수록 이후 입장을 바꾸기도 어려워진다.

북한이 인정하기 어렵다는 사정은 책임을 면제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상대의 책임 인정이 나올 때까지 모든 협의를 멈추면, 위험을 줄이는 일도 함께 정지한다. 책임 공방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군인들은 접경지역에서 활동하고, 작은 사건이 더 큰 충돌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2일 군사분계선을 다시 확인하고 측정하는 소통을 북한에 제안했다. 북한에 사과를 요구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당연하다"고 답했다. 책임 추궁과 재발 방지 협의를 병행하는 방향은 적절하다. 국방부는 이미 2025년 11월에도 군사분계선 기준선 논의를 위한 회담을 제안했지만 북한의 응답을 얻지 못했다. 이제는 대화의 필요성을 밝히는 데서 더 나아가, 북한이 협의에 응할 조건을 마련하고 무엇부터 논의할지 구체화해야 한다.

우선 협의에 참여하는 것을 사건 책임이나 상대의 경계선 주장에 대한 동의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제시할 수 있다. 각자의 입장을 유지하면서 연락 절차와 위험한 행동의 제한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위반 행위에 근거를 밝혀 대응하면서도 안전 협의는 유지한다는 방침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합의가 이행되면 상응하는 긴장 완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정부가 이를 분명히 설명해야 군의 대응과 통일부의 대화 제안도 하나의 정책으로 읽힌다.

관계 개선을 기다리지 않는 평화

'차가운 평화'는 국제정치에서 이미 사용되는 표현이다. 이집트와 이스라엘처럼 평화 합의는 유지하지만 불신이 크고 사회적 교류가 제한된 관계를 설명할 때 쓰인다. 한반도에서도 적용을 논의해왔으며,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노선에 대응하는 대북정책의 대안으로 제시한 연구도 있다.

필자는 지금 남북관계에서 '차가운 평화'를 우선 목표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남북은 평화협정을 맺은 이집트·이스라엘과 조건이 다르다.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불신 속에서도 충돌을 막는 질서를 유지한다는 점이다. 적대가 지속되더라도 연락이 작동하고, 상대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으며, 사고가 군사적 충돌로 확대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북한의 단절 노선이 곧 바뀔 것이라는 기대에 정책의 성패를 맡기기는 어렵다. 동포애와 관계 복원의 당위는 남측에 중요한 가치이지만, 지금 북한이 그 이유만으로 협의에 응할지는 따져봐야 한다. 남측이 원하는 대화를 북한에도 구체적인 이익이 있는 협의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접경지역의 오인을 줄이면 북한의 작업 인원도 보호할 수 있고, 재난 정보를 교환하면 양쪽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협의에서는 양측이 무엇을 할지 정하고, 약속을 지켰는지 확인할 방법도 마련해야 한다. 약속을 어겼을 때의 처리도 협의에 포함할 수 있다. 신뢰할 만한 행동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큰 협력사업과 관계 개선 구상을 앞세우면 제안과 거부가 반복될 수 있다. 작은 약속을 지킨 경험이 쌓이면 다음 협의도 추진하기 쉬워진다.

대화의 성과는 행동으로 확인해야 한다

남북에는 참고할 경험이 있다. 2004년 6월 4일 제2차 남북 장성급군사회담에서 양측은 함정 간 대치와 부당한 물리적 행위를 방지하고, 공용 무선망과 기류·발광신호를 활용하며, 불법조업 선박의 정보를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NLL이 주요 쟁점인 상황에서도 충돌 방지 조치를 합의한 것이다. 이후의 충돌을 모두 막지는 못했지만, 경계에 관한 이견이 해소되기 전에도 행동 규칙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의 남북대화도 회담 개최와 공동선언에 더해 이런 변화를 성과로 평가해야 한다. 연락 채널이 끊기지 않고, 월선이 줄어 경고 사격의 필요도 줄었다면 그것이 성과다. 약속한 절차가 현장에서 지켜지는지 확인하고, 위반이 발생하면 해당 조치를 재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대화가 열렸다고 경계를 늦추거나, 사건 하나로 모든 접촉을 끊는 널뛰기는 피해야 한다.

북한이 계속 응하지 않더라도 정부의 정책은 이어져야 한다. 남측은 장병 보호를 강화하고 위험 정보를 축적하면서, 유엔사 등과의 공조를 통해 필요한 조치를 추진할 수 있다. 당장 답이 없다고 새 제안을 거듭 내놓기보다 구체적인 협의안을 일관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 상황이 바뀌었을 때 협상을 시작할 수 있도록 의제와 이행 조건을 준비해두는 것이다.

차가운 평화가 영구적 단절을 받아들이는 정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당장은 적대 속에서도 안전하게 공존하는 규칙을 만들고, 그 규칙이 지켜지는 만큼 관계를 넓히자는 것이다. 북한의 단절 선언이 남측의 목표까지 정하게 둘 수는 없다. 앞으로의 대화는 불신이 남아 있는 동안에도 서로의 행동을 바꾸고, 다음 피해를 막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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