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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기고 / NA:NNAL STORIES

호르무즈 파병 앞에 선 민주당, 왜 침묵하나

호르무즈 군사지원 준비가 진행되는 동안 여당이 토론을 미루는 문제를 짚고, 자이툰 파병의 경험에서 정치적 책임을 묻습니다.

9일, 인권·노동·종교·평화 분야 601개 단체가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 모였다. 이들은 미국의 호르무즈 파병 요구를 거부하라고 촉구한 뒤 미국대사관 앞에서 청와대까지 행진했다. 정부가 되풀이하는 "검토 중"을 넘어 파병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답을 요구했다.

같은 날 파병 가능성을 열어둔 주장도 나왔다. 2003년 이라크 파병 당시 외교 수장이었던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파병하지 않았을 때 치를 대가가 더 클 수 있다며, 미국과의 '안보 패키지 딜'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한쪽은 파병 거부를 요구하고, 다른 쪽은 참여 조건과 미국에서 받아낼 반대급부를 따지기 시작했다. 논쟁은 이미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국가의 결정을 함께 책임져야 할 집권여당은 공식 입장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먼저 꺼낸 카드는 당론이 아니라 '개별 대응 자제'였다.

청와대의 최근 답은 이렇다. 8일(현지시각) 청와대 관계자는 "국제공조에 있어 어떻게 할지 큰 방향은 나와 있지만 세부 사항은 검토 중이고, 정해진 바는 없다"고 밝혔다(관련 기사: 청와대 "호르무즈 파병 논의? 너무 앞서가"). 같은 날 이재명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자유와 지역 안정 등에 대해 논의했다.

"정해진 바 없다"는 답은 3일부터 이어졌다. 다만 그 앞에 붙는 말은 조금씩 달라졌다. 3일에는 정부가 파병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보도를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이튿날에는 전투와 비전투, 수색을 포함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한반도 대비태세에 큰 손상이 없는 범위에서 "운신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닷새 뒤에는 국제공조의 '큰 방향'이 나와 있다고 밝혔다.

파병 결정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정부가 국제공조에 기여하겠다는 방향은 이미 밝혀왔다. 이제 논쟁은 한국이 무엇을, 어디까지 할 것인지로 넘어가고 있다. 바로 이때 민주당은 의원들에게 먼저 말을 아껴달라고 요청했다.

결정은 없다면서, 준비는 계속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한국을 비롯한 호르무즈 해협의 주요 이용국들이 군함을 보내야 한다는 취지로 요구했다. 이후 국방부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대한 지지 표명부터 인력 파견, 정보 공유, 군사자산 지원에 이르는 단계별 방안을 마련했다.

지난 4월 이 대통령은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한 국제회의에 참석해 한국의 기여 의지를 밝혔다. 5월에는 안규백 당시 국방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해 호르무즈 통항 정상화를 위해 단계적으로 기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8월 들어 청와대는 처음으로 '군사적 기여'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9월에는 해상초계기 P-8A와 군수지원함, 폭발물처리반 등이 검토 대상으로 거론됐다. 국방부는 지난 주말 아랍에미리트에 현지조사단도 보냈다.

국방부는 현지조사가 파병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조사단은 현지 상황과 작전 여건 등을 파악해 향후 파병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한 자료를 수집한다. 우리 군이 사용할 작전기지와 기항지, 정비·보급 여건 등을 살핀 뒤 조사 결과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보고한다.

국방부는 현지조사가 파병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조사단의 임무는 파병 가능성을 현장에서 확인하는 것이다. 우리 군이 사용할 작전기지와 기항지, 정비·보급 여건을 살핀 뒤 그 결과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실무조정회의에 보고한다.

정부의 표현은 여전히 '검토 중'이다. 검토의 내용은 이미 지지 표명에서 군사적 기여로, 파견 전력 검토에서 현지조사로 넘어갔다.

미국이 11월 중간선거 전까지 한국군을 보내라고 요구했다는 보도에 대해 정부는 공식 시한을 전달받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공식 시한은 확인되지 않았다. 공개적인 파병 요구는 이어지고 있다. 백악관 관계자는 한국이 중동 지역에 자원을 투입하기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 공개적으로 따져야 할 것은 검토 여부가 아니라, 정부가 어떤 선택지를 놓고 어디까지 준비하고 있느냐다.

당론 없는데 의원들 말부터 줄였다

김원이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지난 7일 의원들이 참여한 단체 대화방에 호르무즈 군사지원과 관련한 개별 대응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미국의 공식 요청과 정부의 공식 발표가 없는 상황에서 의원들이 가정을 전제로 서로 다른 답을 내놓으면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였다.

당 차원의 논평도 당분간 내지 않기로 했다. 정부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으니 여당이 먼저 찬반을 밝힐 단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당 안에서는 이미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기헌 의원이 공개적으로 파병 반대 입장을 밝혔고, 김병주 의원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시작한 전쟁에 참여할 명분이 없다며 휘말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영배 의원도 반대 입장을 냈다. 송영길 의원은 유엔 결의도 없고 다른 동맹국들도 소극적인 상황에서 파병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 지도부가 '혼선'이라고 부른 것은 당 안에 실제로 존재하는 의견 차이다. 국민의 생명과 외교 관계를 바꿀 수 있는 문제에서 의원들이 서로 다른 판단을 내놓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 차이를 공개하고 결론을 만드는 과정이 정당의 토론이다.

최근 한길리서치 조사에서 해상초계기와 군수지원함, 폭발물처리반 등의 호르무즈 파병에 대한 여론은 반대 47.1%, 찬성 43.0%로 오차범위 안에서 맞섰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반대 55.5%, 찬성 33.1%였고, 진보층의 반대는 62.4%에 달했다.

최근 인사 논란과 지지율 하락까지 겹친 상황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또 다른 당정 갈등과 지지층 이탈을 걱정하는 이유는 짐작할 수 있다. 호르무즈 파병이 제2의 자이툰 논쟁으로 번진다면 정부와 여당 모두 큰 정치적 부담을 져야 한다.

침묵으로 그 부담을 없앨 수는 없다. 당이 입장을 정하지 못한 사이 정부의 준비가 진행되면, 민주당이 선택에 개입할 여지는 계속 좁아진다. 결국 정부안을 뒤늦게 추인하거나 막판에 제동을 거는 장면만 남게 된다.

자이툰보다 명분을 둘러싼 설명이 부족하다

지금 거론되는 호르무즈 파병은 자이툰부대 파병 때와 비교해도 명분을 둘러싼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

이라크 침공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무력 사용 승인을 받지 못했다. 다만 한국이 자이툰부대를 파병한 2004년에는 다국적군의 이라크 내 활동을 승인·재확인한 안보리 결의 1511호와 1546호가 존재했다. 정부는 당시 한국군의 임무로 이라크 재건과 인도적 지원 등을 제시했다.

현재 한국이 공격받은 상황은 아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적용 대상도 아니다. 안보리는 이란의 주변국 공격을 규탄했지만, 한국군을 포함한 다국적군의 호르무즈 군사작전을 승인하거나 요청하지 않았다. 우리 군이 어느 연합체의 지휘를 받을지, 수집한 정보는 누구에게 넘길지, 어떤 경우에 무력을 사용할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항행의 자유와 에너지 안보를 지켜야 한다. 정부가 아직 답하지 않은 것은 그 수단이 왜 군사력이어야 하느냐는 질문이다. 외교와 협상, 민간선박 보호를 위한 비군사적 대안도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

윤영관 전 장관의 '안보 패키지 딜' 주장도 같은 질문을 남긴다. 파병이 그 자체로 타당한 국익이라면 미국에서 받을 대가를 앞세울 이유가 없다. 반대로 미국의 양보를 얻어야만 성립하는 선택이라면 군인의 생명과 전쟁 참여를 거래의 대상으로 삼는 문제가 생긴다.

명분은 자이툰 때보다 약한데 토론은 더 줄었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이라크 추가파병 찬성을 당론으로 정했다. 김근태 원내대표는 평화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당인 만큼 의원 개인의 소신과 철학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안을 지지하면서도 소속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표결에서 다른 선택을 할 길을 남겨둔 사실상의 '권고적 당론'이었다.

2004년 2월 파병동의안은 재석 212명 가운데 찬성 155명, 반대 50명, 기권 7명으로 통과됐다. 열린우리당에서도 26명이 찬성하고 12명이 반대했다.

당시의 갈등은 국회 표결 전부터 존재했다. 2003년 MBC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4%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지지하지 않았다. 파병 반대자 가운데 61%는 미국 주도의 일방적인 전쟁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파병 찬성자 가운데 56%는 한미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평화와 자주성을 중시하는 지지층의 요구, 한미동맹을 관리해야 한다는 정부의 판단이 일찍부터 충돌하고 있었다. 국회 표결은 그 갈등을 밖으로 드러낸 장면이었다.

그런데 2026년의 민주당은 당론을 정하기도 전에 의원들의 발언부터 줄이려 한다. 자이툰 파병이 남긴 정치적 상처를 기억하면서도, 당시 신뢰가 왜 흔들렸는지는 외면하는 모습이다.

검토 중일 때 말해야 한다

정치는 책임이다. 집권여당에는 정부와 함께 국가의 방향을 정하고 잘못된 결정을 미리 막을 책임이 있다.

호르무즈 파병을 거부해야 한다고 판단한다면 민주당이 먼저 나서야 한다. 파병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파견 부대의 임무와 활동 범위부터 밝혀야 한다. 교전 가능성과 이란의 보복 위험, 미국에서 무엇을 얻을 것인지도 국민에게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반대 여론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말하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어느 쪽도 택하지 않은 채 "정해진 것이 없다"는 정부 발표만 기다릴 수는 없다. 파병동의안이 제출된 다음에 입장을 정한다면 민주당은 국가의 선택에 참여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게 된다.

청와대는 국익과 국민의 공감대에 따라 기여 방안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 공감대를 얻겠다면 결정 전에 정보를 공개하고 토론부터 열어야 한다.

민주당이 자이툰의 전철을 정말 피하고 싶다면 침묵부터 끝내야 한다. 검토 중일 때 말해야 결정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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