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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남부국경'은 2028년에 완성될까
북한의 접경 장벽과 화력 증강을 살피며, 공사 완료와 안정된 경계 질서를 구분하고 한국이 참여하는 충돌 방지 규칙을 제안합니다.
국방부는 20일 북한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진행 중인 이른바 국경선화 공사가 2028년께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다. 군사분계선 약 250㎞ 구간의 불모지 조성은 90%가량 진행됐고, 철책과 지뢰 설치는 구간에 따라 30~60% 수준이라고 한다.
공사는 철책에서 끝나지 않는다. 군 당국은 북한이 접경지역에 신형 240㎜ 방사포와 600㎜ 초대형 방사포, 전술미사일 등을 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600㎜ 방사포는 북한이 전술핵탄두 탑재 가능성을 주장해 온 무기다. 흙을 걷어내고 지뢰를 묻는 토목공사 뒤에 장거리 정밀 화력이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이 숫자들만 놓고 보면 2028년은 북한이 휴전선에 새로운 국경을 완성하는 해처럼 보인다. 그러나 군 당국이 제시한 것은 어디까지나 공사의 예상 완료 시점이다. 철책과 지뢰가 모두 설치된다고 해서 국경질서까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국경 같은 장벽은 일방적으로 만들 수 있다.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국경질서는 혼자 만들 수 없다. 국경은 지도 위에 그어진 선이나 철책만을 뜻하지 않는다. 선의 좌표를 어디로 볼지, 공사를 언제 어떻게 알릴지, 병력이 실수로 넘어오면 어떤 절차로 돌려보낼지, 경고 사격과 사고 조사는 어떻게 할지, 홍수에 떠내려간 지뢰는 누가 확인할지에 관한 규칙도 필요하다. 차단 시설은 한쪽이 세울 수 있지만 그 선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통제하려면 상대와의 관계가 필요하다.
북한이 추진하는 '남부국경화'가 단순한 토목공사가 아니라는 점은 이미 여러 분석을 통해 확인됐다. 2023년 말 '적대적인 두 국가'를 선언한 뒤 남한과 연결된 도로와 철도를 폭파했고, 헌법과 당 방침, 군 지휘체계와 부대 편제를 차례로 바꿨다. 통일연구원은 이 과정을 명명과 법제, 군사교리, 편제·배치, 화력 현대화가 결합된 국가적 사업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북한이 군사분계선을 사실상의 국경처럼 작동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국경 기능을 강화한다는 것과 안정적인 국경 질서를 만든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북한이 먼저 완성하고 있는 것은 통행과 충돌을 관리하는 규칙이 아니라 차단과 응징의 능력이다. 군사분계선 가까이에 불모지를 만들고 철책과 지뢰를 설치하는 동시에 그 뒤에 방사포와 미사일을 배치한다. 경계선에서 작은 충돌이 발생했을 때 이를 멈출 절차보다 충돌 이후 사용할 화력이 먼저 두꺼워지는 구조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남부국경화와 비교할 만한 사례가 과거 동독이다.
동독은 1952년 동서독 사이의 경계에 철조망을 설치하고 통제구역과 출입제한구역을 만들었다. 1961년에는 베를린 장벽을 세웠다. 물리적 분리에 이어 1974년에는 헌법에서 '독일 민족'과 통일 지향을 나타내는 표현을 삭제하고 독자적인 사회주의 민족과 국가를 내세웠다.
동독은 장벽으로 주민과 영토를 갈라놓은 뒤 헌법으로 민족까지 분리하려 했다. 북한은 순서를 바꿨다. 먼저 남북을 적대적인 두 국가로 규정한 다음 도로를 끊고 철책과 지뢰, 군사조직과 화력을 붙이고 있다. 둘의 순서는 다르지만 물리적 단절을 새로운 국가 관계의 기정 사실로 만들려 했다는 작동 방식은 닮았다.
그러나 지금 한국이 더 자세히 살펴야 할 쪽은 동독만이 아니다. 서독이 그 분단선을 어떻게 다뤘는지도 봐야 한다.
서독은 동독과 경계가 존재한다는 현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1972년 기본조약에서 양측은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무력의 위협이나 사용을 삼가기로 했다. 현존 경계의 불가침을 재확인하고 상대방의 영토 보전도 존중하기로 했다. 경제와 교통, 우편·통신, 보건과 문화 등 실생활 분야의 협력을 위한 후속 합의도 추진했다.
그렇다고 서독이 동독을 완전히 무관한 외국으로 취급한 것은 아니었다. 기본조약은 대사관이 아닌 상주대표부를 교환하도록 규정했고, 양측은 1974년 각각 상대방 수도에 상주대표부를 열었다. 서독은 통일이라는 헌법적 목표도 폐기하지 않았다. 동독이 존재한다는 현실을 관리하는 것과 동독이 주장하는 민족 분리를 그대로 승인하는 것을 구분한 것이다.
물론 이 사례를 지금 한반도에 그대로 옮길 수는 없다. 동독은 적대와 체제경쟁 속에서도 서독을 협상 상대로 인정해 기본조약과 통행협정에 응했다. 반면 북한은 한국을 적대국으로 규정한 뒤 남북 군사회담 제의에도 반응하지 않고 있다. 서독식 관리가 가능했던 최소한의 전제, 서로를 마주 보는 협상관계 자체가 지금 남북 사이에는 없다.
하지만 바로 그 차이 때문에 서독 사례가 더 중요하다. 한국이 당장 기본조약 같은 큰 합의를 추진할 수 없다는 사실은, 우발적 충돌을 막는 작은 규칙부터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남부국경'이라는 명칭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과 군사분계선에서 달라진 현실을 외면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승인하지 않으면서도 그 선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오판과 충돌은 관리해야 한다.
현재 제한적이나마 통보 절차는 존재한다. 유엔사에 따르면 북한군은 2024년 경의선·동해선 연결로를 단절할 때와 2025년 철책·도로 공사를 시작할 때 유엔사에 사전 통보했다. 북한군이 공사 도중 군사분계선에 접근했을 때 유엔사가 경고했고, 북한군이 뒤로 물러난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남북이 함께 만든 경계관리 체계가 아니다. 북한군이 유엔사에 알리고 유엔사가 다시 한국군에 전달하는 구조다. 북한은 한국을 외국으로 규정하면서도 그 외국과 국경규칙을 협의하지 않는다. 한국은 자기 앞의 경계가 바뀌는 과정에서도 협상 당사자가 아니라 통보의 수신자가 될 수 있다.
통일연구원도 북한이 유일하게 활용하는 유엔사 통보선을 실질적인 대미 창구로 사용할 경우 한국이 접경지역 안정 문제에서 제3자로 밀려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남부국경'을 강화할수록 남북이 국가 대 국가로 협상하는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국이 빠진 북한과 유엔사 사이의 군사적 관리구조가 굳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더구나 군 당국의 발표대로 접경지역의 600㎜ 방사포 배치가 진행되고 있다면 문제는 단순한 소통 부재에 그치지 않는다. 철책이나 지뢰를 둘러싼 작은 사건이 장거리 정밀화력과 북한의 핵 교리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계산해야 한다. 북한은 오판을 막는 국경규칙보다 오판 뒤에 사용할 화력을 먼저 완성하고 있다.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북한의 국경 주장을 승인하거나, 반대로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두 가지뿐이 아니다.
우선 '남부국경'이라는 북한의 법적 명명은 수용하지 않아야 한다. 군사분계선은 정전협정에 의해 만들어진 군사적 분리선이며, 북한이 헌법과 국내법을 바꾼다고 그 법적 성격까지 일방적으로 변경되는 것은 아니다.
동시에 북한의 공사와 군사배치가 만들어낸 현실은 정확히 다뤄야 한다. 공사와 훈련의 사전 통보, 우발적 월경, 경고사격, 지뢰 유실, 사고조사에 관한 규칙을 정비해야 한다. 남북 군 통신선이 복원되기 전까지는 유엔사 채널을 활용할 수밖에 없더라도, 궁극적으로는 한국이 직접 참여하는 상호 통보와 충돌관리 체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국경관리'라고 부를 필요도 없다. 북한의 두 국가론을 전제하지 않는 '정전선 위험관리'면 충분하다. 현실을 관리하는 합의를 만든다고 해서 북한의 국경 주장을 승인하는 것은 아니다. 서독이 동독과 경계를 관리하면서도 두 나라가 서로 완전히 무관한 외국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과 같은 구분이다.
2028년 북한의 철책 공사가 끝나더라도 그것이 안정된 국경의 완성을 뜻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장벽과 화력은 갖춰졌지만 이를 통제할 남북 간 합의는 비어 있는, 더욱 불안정한 단계가 시작될 수 있다.
한국이 해야 할 일은 북한의 '남부국경'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도 그 선에서 전쟁이 시작되지 않도록 관리할 규칙을 다시 세우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