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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반도체 막는다"? 광주 군공항엔 대체 뭐가 있길래

광주 군공항의 훈련·전시지원 기능을 나누어 살피고, 반도체 부지 조성에 따른 군사 기능의 재배치와 다른 지역의 부담을 묻습니다.

광주 군공항이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결정된 뒤, 활주로보다 말이 먼저 뜨거워졌다.

지난 7월 10일 미 제7공군은 광주기지에 "중요한 군사적 이해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같은 달 27일에는 광주·전남 시민단체들이 군공항을 무안으로 통째로 옮기지 말고 기존 기능을 분산·통폐합하라고 요구했다.

8월 4일에는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 8명이 평택 오산공군기지 진입을 시도했다. 이 가운데 6명이 기지 안으로 들어가 "호남 반도체 방해하는 미7공군" 등의 구호를 외쳤다. 법원은 사건 관련자 4명 가운데 3명을 구속했다. 오산기지는 미 제7공군사령부가 있는 곳이다.

그리고 8월 10일 이재명 대통령은 "2028년 중순까지 광주기지의 기능을 다른 군 공항으로 임시 배치"하라고 국방부에 지시했다. 반도체 산업단지를 조기에 조성하기 위해서다.

미국이 이전을 막는다는 주장, 무안으로 통째로 옮겨서는 안 된다는 반대, 안보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한꺼번에 나왔다. 그런데 정작 이 논쟁에서 빠진 질문이 있다.

광주 군공항에는 대체 무엇이 있는가.

미군 전투부대는 없지만, 미군이 쓰는 기지

우리가 '광주 군공항'이라고 한데 묶어 부르는 공간에는 서로 다른 기능이 겹쳐 있다.

먼저 한국 공군 제1전투비행단의 훈련기지다. 이곳에서는 T-50 고등훈련기를 이용한 조종사 양성 등이 이뤄진다. 정부가 반도체 산업단지로 바꾸려는 대규모 부지이기도 하다.

여기에 미군의 전시지원 기능이 포개져 있다.

광주기지는 국내에 있는 5개 한미 공군 공동운영기지 가운데 하나다. 미군 전투비행단이 상시 주둔하지는 않지만 유사시 미군 항공전력이 전개될 수 있도록 시설과 구역이 유지된다. 주한미군지위협정에 따라 미군에 공여된 구역도 있어, 기지를 옮기려면 한미 협의와 공동운영기지 재지정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 정부도 이미 미국과 협의를 시작했다.

평시 미군 규모만 보면 작은 시설처럼 보인다. 미 제7공군이 2022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광주기지에서는 미군 26명이 약 250에이커에 이르는 전시예비물자 시설과 장비를 관리했다.

그러나 이 기지는 미군 26명만을 위한 곳이 아니다. 미 제7공군은 광주기지를 수백 명을 지원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통신과 시설, 탄약, 연료, 보급, 경비 등 9개 분야의 기능도 유지되고 있었다.

평소 대규모 전투부대가 주둔하는 기지가 아니라, 유사시 증원전력을 받아 작전을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해둔 '소켓'에 가까운 것이다.

이 기능은 훈련 때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 4월 13일부터 24일까지 열린 한미 연합공중훈련 '프리덤 플래그 26-1'에서 미군 제31항공원정비행단은 광주기지를 거점으로 지휘통제와 기지 경비, 급유, 의료지원, 병력과 장비의 전개·통합 기능을 가동했다.

미군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훈련에는 한미 30여 개 부대가 참여했고, 훈련 전체에서 500회가 넘는 출격이 이뤄졌다. 500회 모두가 광주에서 출격했다는 뜻은 아니지만, 광주기지가 단순한 물자 창고가 아니라 실제 연합공중작전을 지휘하고 지원할 수 있는 거점이라는 점은 분명히 드러났다.

같은 기지, 서로 다른 계산

이런 광주기지의 성격을 각 진영은 다르게 읽는다.

대진연은 미 제7공군의 "중요한 군사적 이해관계"라는 말을 미국이 호남 반도체 산업을 방해하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시민단체들은 광주의 군사 기능을 무안에 그대로 복제하지 말고 다른 공군기지로 분산하거나 통폐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안보 쪽에서는 광주기지가 유사시 미군 증원전력을 받을 수 있는 거점인 만큼 산업단지 일정에 맞춰 서둘러 비울 수 없다고 본다.

같은 기지를 놓고도 한쪽은 미국의 개입을 보고, 다른 쪽은 지역에 떠넘겨질 군사적 부담을 보며, 또 다른 쪽은 전시 대비태세의 공백을 본다.

그러나 지금까지 미국이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이나 군공항 이전 자체를 공식적으로 반대했다고 볼 근거는 없다. 미 제7공군은 "모든 요구사항을 충족하고 강력한 연합 대비태세를 유지하기 위해 한국 공군과 협조하겠다"고 밝혔을 뿐이다. "미군이 반도체를 막고 있다"는 주장은 확인된 사실보다 앞서 나간다.

그렇다고 한미가 알아서 협의하면 된다고 넘길 수도 없다. 광주기지를 옮기는 문제는 활주로와 훈련기를 이동시키는 데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광주기지의 기능을 다른 군 공항에 임시 배치하라고 했다. 이는 적어도 정부 발표만 놓고 보면 광주의 군사 기능을 폐지하기보다 다른 장소에서 이어가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그런데 정부는 무엇을 옮길지 밝히지 않았다. 제1전투비행단의 훈련 기능만 다른 기지로 분산하는 것인지, 미군의 전시예비물자와 증원전력 수용 기능도 함께 옮기는 것인지 공개되지 않았다. 미군 기능을 기존 공동운영기지들에 나눌지, 새로운 이전기지에 다시 설치할지도 정해진 바가 없다.

따라서 무안이 미군의 전시지원 기능까지 그대로 넘겨받는다고 지금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반대로 그런 가능성이 없다고 말할 근거도 없다. 기능별 재배치 방안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차이는 중요하다. 훈련 기능과 전시지원 기능을 기존 기지들에 분산한다면 새 군공항의 규모와 지역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반면 광주기지의 기능을 새 이전지에 그대로 재현한다면 광주는 반도체 산업단지를 얻고, 다른 지역은 비행훈련과 소음뿐 아니라 한미 연합작전의 부담까지 넘겨받게 된다.

그렇다면 먼저 할 일은 이전지를 정하는 것이 아니다. 광주기지의 기능을 훈련, 물자, 증원전력 수용, 연합작전 지원으로 나누고 무엇을 폐지하며 무엇을 통합하고 무엇을 옮길지를 밝히는 일이다. 그다음에야 어느 지역이 어떤 부담을 감당하게 되는지 따질 수 있다.

이 대통령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속도전을 넘어 전격전"을 주문했다. 그러나 공장은 서둘러 지을 수 있어도 전시체계는 빈 땅으로 옮길 수 없다. 산업정책의 속도가 군사적 부담을 다른 지역에 넘기는 절차까지 생략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지금 물어야 할 것은 "미군이 반도체를 막는가"가 아니다. 광주에서 밀려난 한미 전시지원 기능이 어디로 가는지, 그곳의 주민들은 무엇을 넘겨받게 되는지를 물어야 한다.

광주에서 사라지는 것이 군공항인지 아니면 군공항의 주소뿐인지부터 정부가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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