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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클릭'으로 읽힌 북한인권, 통일부는 평화공존을 말했다
한·EU 공동성명의 북한인권 문구를 둘러싼 논쟁에서 벗어나, 인권 개선 요구가 실제 주민에게 닿도록 할 대화와 접근 통로를 살핍니다.
현지시간 6월 10일 , 이재명 대통령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정상들과 한-EU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 뒤 발표된 공동성명에는 북핵 문제, 북러 군사협력 규탄, 우크라이나 전쟁, 북한인권 문제가 함께 담겼다. 특히 공동성명은 "북한 인권상황의 실질적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밝히고, 북한이 국제기구 및 인도주의 기구의 접근을 허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문구가 눈에 띈 것은 이재명 정부가 출범 이후 한반도 평화공존을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통일부도 2026 통일백서에서 상호존중, 대화, 교류협력, 남북 인권협력의 방향을 앞세웠다. 그런 흐름에서 보면 한-EU 공동성명에 담긴 북한인권 개선과 국제기구 접근 허용 요구는 상대적으로 직접적인 표현처럼 보일 수 있다. 일부 언론이 이를 이재명 정부 대북기조의 '우클릭'으로 읽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에 대해 6월 11일 통일부 당국자는 공동성명의 북한인권 문구가 평화공존 정책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남북 간 평화정착, 대화, 교류협력 확대 방식이 북한인권의 실질적 증진에 실효적"이라는 것이다. 공동성명에 직접적인 북한인권 문구가 들어갔지만, 통일부는 이를 기조 전환이나 대북 압박 강화가 아니라 평화공존 정책의 연장으로 해석한 셈이다.
이 장면은 단순한 해명 이상의 의미가 있다. 북한인권을 말한다고 곧바로 우클릭이라고 볼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북한인권은 보수와 진보의 소유물이 아니다. 북한 주민의 자유와 생존, 정보 접근, 인도주의 기구의 접근 문제는 어느 정부든 피해갈 수 없는 의제다. 문제는 북한인권을 말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말하고 실제 개선에 어떻게 닿게 할 것인가다.
그동안 북한인권은 대체로 대북 압박과 국제공조의 언어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북한 정권의 책임을 분명히 묻고, 국제사회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방식이다. 이 접근은 메시지가 선명하다. 북한인권을 남북관계의 분위기에 따라 뒤로 미뤄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한다.
그러나 선명한 메시지가 곧바로 북한 주민의 삶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북한 당국이 외부의 인권 압박을 체제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문을 닫아버리면, 국제기구와 인도주의 기구의 접근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인권의 이름으로 목소리는 커졌지만, 정작 북한 주민에게 닿는 통로는 줄어드는 역설도 생길 수 있다.
통일부의 이번 설명은 바로 이 지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인권을 말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북한인권을 평화정착과 대화, 교류협력의 조건 속에서 실질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공동성명의 인권 문구를 대북 압박 강화로만 읽지 말고, 평화공존론 안에서 해석하겠다는 입장이다.
물론 이 설명은 말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대화와 교류협력이 북한인권의 실질적 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하려면, 실제로 대화와 교류의 통로가 복원되어야 한다. 국제기구와 인도주의 기구의 접근을 말하려면, 북한이 문을 열도록 만들 외교적 설계도 필요하다. 남북관계가 단절된 상태에서 "대화가 인권을 개선한다"는 말만 반복하면, 그것은 정책이라기보다 희망에 가까워질 수 있다.
더구나 지금 북한은 과거와 같은 조건에 놓여 있지 않다. 통일부도 최근 북한 경제상황이 일부 나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북러 협력, 대규모 공사, 자연재해 부재, 북중 교역 증가 등이 맞물렸다는 것이다.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를 통해 일정한 생존 통로를 확보하고 있다면, 한국의 대화와 교류 제안이 곧바로 북한을 움직일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이번 통일부 발언은 이재명 정부 대북정책의 어려운 숙제를 보여준다. 북한인권을 평화공존의 부속물로 흐려서는 안 된다. 동시에 북한인권을 대화의 문을 닫는 압박 카드로만 만들어서도 안 된다. 인권을 말하되 접촉의 문을 닫지 않고, 대화를 말하되 인권 문제를 흐리지 않는 방식이 필요하다.
북한인권을 말하는 일이 우클릭인지 아닌지는 핵심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말이 북한 주민에게 닿을 통로를 실제로 만들 수 있느냐다. 통일부는 방향을 말했다. 이제 남은 것은 그 방향이 희망에 그치지 않도록 구체적인 통로를 만드는 일이다.
